들어가는 말 — 왜 저는 견과류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가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선생님, 저는 과자도 안 먹고 몸에 좋다는 견과류만 매일 먹었는데요.”
문제는 ‘몸에 좋다’는 말이 항상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50~60대 이후, 콩팥 기능이 서서히 감소하는 시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콩팥은 통증으로 경고하지 않습니다. 조용히, 수치로만 변화를 보여줍니다.
- eGFR이 서서히 낮아지고
- 소변에서 단백이 검출되고
- 칼륨과 인 수치가 애매하게 오르며
- 밤에 소변 횟수가 늘어납니다
이때 간식 선택이 생각보다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이 글에서는 견과류 자체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콩팥이 약해진 상태에서 견과류가 어떻게 부담이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먹어야 안전한 지를 과학적 근거 중심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1. 60세 이후 콩팥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노화는 질병이 아닙니다. 그러나 생리적 변화는 분명 존재합니다.
여러 역학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 40세 이후 eGFR은 연간 약 0.8~1 mL/min/1.73m²씩 감소
- 70세 전후에는 30~40대 대비 여과 기능이 상당히 감소
- 고혈압·당뇨 동반 시 감소 속도 가속
(KDIGO CKD Guideline, 2022 update)
콩팥은 단순히 소변을 만드는 장기가 아닙니다.
- 전해질 조절 (칼륨, 나트륨, 인)
- 산-염기 균형 유지
- 혈압 조절
- 비타민 D 활성화
- 노폐물 제거
즉, ‘작은 실수’가 누적되면 전신에 영향을 줍니다.
2. 견과류가 문제가 되는 과학적 이유
견과류는 일반적으로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NEJM, Mediterranean diet trials 등)
하지만 다음 세 가지 상황에서는 문제가 됩니다.
① 칼륨 과부하
콩팥 기능이 감소하면 칼륨 배출 능력이 떨어집니다.
고칼륨혈증은 다음과 같은 위험을 유발합니다.
- 심장 부정맥
- 근육 약화
- 심한 경우 심정지
신장 질환 식이 지침(KDOQI Nutrition Guidelines)에서는 CKD 3단계 이상에서 칼륨 섭취 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씨앗류와 일부 견과류는 칼륨이 높은 식품군에 속합니다.
② 인(Phosphorus) 축적
인 배설 역시 콩팥의 중요한 기능입니다.
혈중 인 수치가 상승하면:
- 혈관 석회화
- 심혈관 위험 증가
- 2차성 부갑상선 항진
- 골밀도 저하
CKD 환자에서 고인산혈증은 사망률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
씨앗류와 견과류는 인 함량이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③ 옥살레이트와 신장결석
옥살레이트는 체내에서 칼슘과 결합해 결석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고옥살레이트 식품은 다음과 같은 사람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 신장결석 병력
- 저수분 섭취 습관
- 요중 옥살레이트 증가
미국 National Kidney Foundation는 결석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고옥살레이트 식품 조절을 권고합니다.
④ 나트륨과 가공 문제
문제는 ‘견과류’가 아니라 ‘소금에 절여진 견과류’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CKD 관리에서 나트륨 제한은 기본입니다. KDIGO는 하루 2g 이하 나트륨 섭취를 권장합니다.
짭짤한 견과류 한 줌이 하루 나트륨 섭취의 10~15%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⑤ 아플라톡신과 보관 문제
땅콩 등은 보관 조건에 따라 아플라톡신 오염 위험이 있습니다.
IARC는 아플라톡신 B1을 Group 1 발암물질로 분류합니다.
간과 콩팥은 해독의 중심 기관입니다. 만성 노출은 장기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3. 그렇다면 견과류를 끊어야 하는가?
아닙니다.
핵심은 개인 맞춤 조절입니다.
- 정상 신장 기능 → 적정량 섭취 가능
- CKD 3단계 이상 → 칼륨/인 고려 필요
- 결석 병력 → 옥살레이트 고려
- 고혈압 → 무염 필수
4. 50~60대 실제 적용 전략
① 무염 제품만 선택
라벨에서 나트륨 확인. 100g당 5mg 이하가 이상적.
② 하루 섭취량을 ‘소분’
한 줌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정량 기준:
- 15~20g 내외
- 종이컵 1/4 이하
③ 아침 식사 대체 금지
견과류는 보완 식품입니다. 단백질·탄수화물 균형 식사가 우선입니다.
④ 수분 섭취 유지
결석 위험 감소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수분입니다.
⑤ 연 1회 신장 검사
- 혈청 크레아티닌
- eGFR
- 요알부민
- 칼륨
- 인
수치가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5. 전문의가 권하는 안전한 섭취 원칙
- 무염, 무가당
- 소분 후 섭취
- 개봉 후 30일 이내
- 냉장 보관
- 검사 수치 기반 조절
6. 결론 — “좋은 음식”이라는 말에 속지 마십시오
우리는 종종 “건강식”이라는 말에 안심합니다.
그러나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이것입니다.
“모든 것은 용량과 개인 상태에 달려 있다.”
견과류는 분명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콩팥 기능이 감소한 사람에게는 그 장점이 단점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신장 기능은 조용히 떨어집니다. 통증이 없습니다. 대신 수치가 말해줍니다.
50~60대 이후라면 다음을 기억하십시오.
- 간식이 약이 되려면 조건이 필요합니다
- 무조건 좋다는 말은 없습니다
- 나에게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오늘부터 이렇게 바꾸십시오.
- 무염 제품만 고르기
- 한 번에 한 줌 이상 먹지 않기
- 밤에 소변이 늘면 검사받기
- 부종이 반복되면 상담받기
건강은 극적인 선택이 아니라 매일의 반복입니다.
콩팥은 조용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서 신호를 보냅니다.
그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사람이 결국 오래 건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