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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병태생리부터 증상·진단, 치료·예후, 합병증과 삶의 질, 재발 예방까지—임상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구조로 정리했습니다.

     

    1. 갑상선암의 개요와 병태생리

    갑상선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내분비계 악성 종양으로, 특히 여성에게서 높은 발생률을 보입니다. 목 앞쪽에 위치한 갑상선은 신진대사 조절 호르몬(T3, T4)을 분비하는 기관이며, 이 부위에서 발생하는 암을 통칭해 갑상선암이라 부릅니다. 조직학적으로는 유두암(Papillary carcinoma)이 다수를 차지하고, 여포암(Follicular carcinoma), 수질암(Medullary carcinoma), 역형성암(Anaplastic carcinoma)으로 나뉩니다. 이 가운데 유두암과 여포암을 합쳐 분화 갑상선암이라 하며, 성장 속도가 느리고 조기 발견 시 완치율이 높습니다. 그러나 방치하면 경부 림프절, 폐, 뼈 등으로 전이할 수 있어 결코 안일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

    병태생리는 다인성입니다. 소아기·청년기의 경부 방사선 노출, 요오드 섭취 이상, 유전적 소인(RET 변이 등 수질암 관련), 여성호르몬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동합니다. 유두암에서는 BRAF, RAS, RET/PTC 재배열 같은 분자 이상이 보고되며, 세포 증식 신호가 상시 활성화되어 종양 형성이 촉발됩니다. 여포암은 혈관 침윤과 원격 전이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고, 수질암은 C세포 기원으로 칼시토닌을 분비하며 가족성 다발성 내분비종양(MEN)과 연관되기도 합니다. 역형성암은 분화암의 탈분화로 생기거나 de novo로 발생하여, 폭발적으로 진행하고 치료 저항성이 높습니다.

    최근 초음파 보편화로 ‘미세 갑상선암’ 진단이 증가해 과잉진단 논의가 이어지지만, 모든 작은 결절이 무해한 것은 아닙니다. 결절의 초음파 소견, 세포학 결과, 환자 위험도에 따라 ‘적극적 감시(active surveillance)’와 수술 치료를 정밀하게 가르는 것이 현대 치료의 핵심입니다. 즉, 과잉치료를 피하면서도 위험 병변은 놓치지 않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핵심 요점: 유두암·여포암 중심의 분화암은 예후가 좋지만, 병리·분자 특징과 환자 선호를 반영한 맞춤 전략이 필수입니다.

    2. 임상 증상과 진단 과정

    초기 갑상선암은 대부분 무증상입니다. 목 앞쪽에서 우연히 만져지는 단단한 결절이 첫 단서가 되거나, 건강검진 초음파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행 시에는 경부 림프절 종대, 삼킴 시 이물감, 목소리 변화(쉰 목소리), 호흡 곤란이 나타날 수 있으며, 후두신경 침범에 따른 음성 변화는 진행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드물게 급격한 종대·통증·피하출혈이 동반되면 갑상선염 또는 역형성암 같은 고위험 병변 가능성을 염두에 둡니다.

    진단은 단계적으로 이뤄집니다. 첫째, 신체검사로 결절의 크기·경도·이동성·주변 침윤을 평가합니다. 둘째, 초음파검사로 내부 에코, 석회화 패턴, 경계, 높이/넓이 비율, 혈류를 확인해 악성 위험도를 분류합니다(예: TIRADS 체계 활용). 셋째, 세침흡인세포검사(FNA)가 표준입니다. 가는 바늘로 세포를 채취해 세포학적 악성 소견을 확인하며, Bethesda 분류로 보고해 치료 방침을 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넷째, 필요시 세침 코어 조직검사분자검사(BRAF, RAS, RET/PTC 등)를 보조적으로 시행해 경계 병변의 의사결정을 돕습니다.

    혈액검사에서는 TSH, T3/T4로 갑상선 기능을 확인하고, 수질암이 의심될 경우 칼시토닌과 CEA를 측정합니다. 영상에서는 경부 초음파가 림프절 침범 평가의 1차 도구이며, 수술 계획 수립에 유용합니다. CT/MRI는 해부학적 침윤·기도/식도 압박 평가, PET-CT는 방사성 요오드 비섭취성 병변의 전신 평가에 선택적으로 활용됩니다. 확진 후 TNM 병기를 매겨 예후 예측과 치료 전략의 골격을 세웁니다.

    진단 포인트: “초음파 위험도 → FNA/Bethesda → 분자검사 보조 → 병기 설정”의 순서가 의사결정의 뼈대입니다.

    3. 치료 방법과 예후

    치료의 축은 수술입니다. 종양 크기·다발성·림프절 전이·환자 나이·기저질환·선호를 반영해 절제 범위를 정합니다. 엽절제술은 1cm 내외의 저위험 유두암에서 고려되며, 갑상선 기능 보존과 합병증 감소의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전절제술은 종양이 크거나 다발성, 양측성, 림프절 전이 또는 고위험 병리 인자가 있을 때 권고됩니다. 임상적 림프절 전이가 확인되면 경부 림프절 곽정을 병행합니다.

    수술 후 병리 결과에 따라 방사성 요오드 치료(RAI) 적응증을 판단합니다. 분화암세포의 요오드 섭취 성질을 이용해 남은 미세 잔존 병변을 제거하고 재발 위험을 낮춥니다. 치료 전 저요오드 식이를 시행하고, 내인성 TSH 상승(호르몬 중단) 또는 재조합 TSH(rhTSH)로 흡수를 촉진합니다. 이어지는 TSH 억제요법(레보티록신 투여)은 암 성장 신호를 줄이기 위해 장기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RAI 비섭취성 진행암, 원격 전이, 표준 치료 불응에서는 표적치료제(예: 렌바티닙, 소라페닙, 바도라페닙/트라메티닙 등 분자표적/티로신키나제 억제제)가 선택지입니다. 수질암에서는 RET억제제(셀퍼카티닙 등)가, NTRK 융합 양성에서는 TRK 억제제가 효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방사선 치료는 수술 불가 국소 진행, 통증성 골전이 등 고식적 목적에 활용됩니다.

    예후는 대체로 우수합니다. 유두암은 10년 생존율이 95% 이상, 여포암도 90% 이상으로 보고됩니다. 수질암은 유전성 여부·병기·RET 변이에 따라 다양하며, 역형성암은 예후가 불량해 조기 발견과 임상시험 참여가 중요합니다. 결국 정확한 병기·적정 수술 범위·RAI와 TSH 억제의 균형이 장기 생존을 좌우합니다.

    치료 설계 요령: 저위험은 보존적—엽절제·감시, 중·고위험은 전절제·RAI·강화 추적. “과소치료/과잉치료”의 양극을 피하라.

    4. 합병증과 삶의 질

    수술·RAI·호르몬 억제는 생존을 높이지만, 후유증과 삶의 질 저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대표 합병증은 갑상선 기능저하증으로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적지 않습니다. 부갑상선 손상에 따른 저칼슘혈증(저림·경련·연축)은 일시적이거나 드물게 영구적일 수 있어, 수술 중 부갑상선 보존·자가이식, 수술 후 칼슘/비타민 D 보충이 중요합니다.

    후두신경 손상은 음성 변성, 발성 피로, 흡인 위험을 높입니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 회복되지만, 장기 증상이 남으면 음성 재활·성대 주입술 등의 보조 치료가 필요합니다. RAI 후 타액선염·구강건조·미각 변화가 생길 수 있고, 반복 고용량 투여 시 누적 독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장기 TSH 억제요법은 심혈관 부담·골다공증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연령·폐경·기저질환에 맞춘 목표 TSH 조정이 필요합니다.

    심리·사회적 영향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암 진단 충격, 재발 불안, 흉터에 대한 우려, 피로·체중 변화, 성호르몬 축의 미세한 변동이 삶의 질을 흔듭니다. 다학제 팀 기반의 심리상담·영양·운동 처방, 흉터 최소화 수술(내시경·로봇), 직장 복귀 프로그램이 유익합니다. 무엇보다 의료진과의 신뢰·명확한 정보 제공은 치료 순응도와 장기 만족도를 좌우합니다.

    5. 재발 예방과 추적 관리

    분화 갑상선암의 10년 내 재발률은 10–20% 수준입니다. 재발은 경부 림프절·잔존 갑상선부·폐·뼈에서 흔히 발생하므로 체계적 추적이 필수입니다. 표준은 갑상선글로불린(Tg)항-Tg 항체 모니터링, 그리고 경부 초음파입니다. Tg 상승 시 방사성 요오드 전신스캔, CT/MRI/PET-CT로 병변을 찾고, 가능하면 수술·RAI·표적치료로 개입합니다.

    환자 스스로의 생활 관리도 재발 위험을 낮춥니다. 규칙 수면·유산소+근력 운동·체중 관리로 대사 건강을 유지하고, RAI 전·후 일정 기간은 저요오드 식이를 준수합니다. 해조류 과다 섭취는 치료 효과를 방해할 수 있어 시기에 맞춘 제한이 필요합니다. 흡연·과음은 지양하고, 비타민 D·칼슘은 뼈 건강과 저칼슘 예방에 도움을 줍니다.

    가임기 여성은 임신 계획을 주치의와 조율해야 합니다. 수술·RAI 이후 일정 기간 피임이 권고되며, 임신 중 호르몬 용량 조정과 면밀한 추적이 필요합니다. 수질암 의심 시에는 RET 유전 상담과 가족검사가 권장됩니다.

    추적 체크리스트: Tg/anti-Tg 정기 채혈 → 경부 초음파 → 저요오드/영양·운동 → TSH 목표 재설정 → 영상 보완 → 심리·사회 지원.

    결론: 생존을 넘어 ‘건강한 삶’을 위한 갑상선암 관리

    갑상선암은 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조기 발견 시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는 ‘희망’이 있지만, 재발 감시·호르몬 조절·합병증 관리라는 장기 과제가 동반됩니다. 정확한 병기 설정, 적정 수술, 방사성 요오드와 TSH 억제의 균형이 장기 생존의 토대이며, 과잉치료와 과소치료 사이에서 환자별 최적점을 찾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제 갑상선암 관리는 “치료”만이 아니라 “관리”의 시대입니다. 정밀 진단과 맞춤 치료, 체계적 추적, 환자 주도 자기 관리—이 네 축이 조화를 이루면, 갑상선암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충분히 통제 가능한 질환이 됩니다. 생존을 넘어, 환자가 일·가정·사회에서의 역할을 회복하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도록 돕는 것, 그것이 현대 갑상선암 치료의 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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