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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흔히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이 질환은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근육이 위축되고 마비되는 진행성 신경퇴행 질환이다. 발병 초기에는 손과 발의 근육 약화나 경련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전신으로 확산되며 언어, 삼킴, 호흡 기능까지 침범한다. ALS는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현재로서는 완치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약물치료, 재활, 호흡보조치료, 영양 관리 등을 통해 진행 속도를 늦추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본문에서는 ALS의 원인과 발병 기전, 주요 증상과 합병증, 치료와 관리 전략을 상세히 살펴본다.

    루게릭병과 관련된 사진

    원인과 발병 기전 – 운동신경세포를 침범하는 질환

    ALS의 가장 큰 특징은 뇌와 척수에 위치한 상위 및 하위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손상되거나 소실된다는 점이다. 운동신경세포는 뇌에서 시작된 운동 명령을 근육으로 전달하는 통로인데, 이 세포들이 파괴되면 신호 전달이 끊기면서 근육은 점점 수축·위축되고 결국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발병 원인은 복합적이다. 약 5~10%는 가족력이 있는 유전성 ALS로, SOD1, C9 orf72, TARDBP, FUS 유전자 돌연변이 등이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산발성 형태로, 산화스트레스, 단백질 대사 이상,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신경 염증 반응, 글루탐산 독성 등 다양한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ALS 환자의 뇌와 척수에서는 비정상 단백질이 응집해 신경세포 기능을 방해하는 소견이 발견된다. 또한 신경세포 간의 시냅스 전달 과정에서 글루탐산이라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세포가 손상된다. 면역세포의 과활성도 신경세포 주변 염증을 일으켜 손상을 가속화한다. 결국 이러한 복합적 요인으로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사라지며 근육 위축과 마비가 진행된다. 중요한 점은 감각신경이나 지능, 의식은 상대적으로 보존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는 신체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정신적 기능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환자와 가족이 겪는 심리적 부담은 매우 크다.

    주요 증상과 합병증

    ALS의 초기 증상은 손가락 힘이 약해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거나, 발목 근육 약화로 발을 끌며 걷는 모습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근육 경련, 쥐 나는 증상, 근육 위축이 동반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상은 팔, 다리뿐 아니라 얼굴, 혀, 호흡근육까지 확산된다. 말이 어눌해지고(구음장애), 삼키기 어려워지며(연하장애), 결국 음식물 섭취 자체가 힘들어진다. 호흡근육이 약해지면 호흡 부전으로 이어지고, 이는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된다. 합병증도 다양하다. 첫째, 영양실조와 탈수다. 음식물을 씹고 삼키는 기능이 떨어져 체중이 빠르게 줄고, 기력이 약해진다. 둘째, 흡인성 폐렴이다. 삼키기 기능이 약해진 환자는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 폐렴이 발생하기 쉽다. 셋째, 호흡 부전이다. 호흡근육 마비가 진행되면서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인공호흡기 의존이 필요할 수 있다. 넷째, 근육 경직과 통증이다. 지속적인 근육 경련과 관절 강직은 환자의 불편을 가중한다. 마지막으로, 심리적 합병증이 크다. 신체 기능이 점차 마비되지만 의식이 유지되기에 우울증, 불안, 사회적 고립감이 심각하게 동반될 수 있다. 이처럼 ALS는 단일 증상이 아닌, 전신의 기능을 서서히 빼앗는 복합적인 질환이다.

    진단과 치료 –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진행 속도는 늦출 수 있다

    ALS는 특별한 단일 검사로 확진할 수 없으며, 환자의 임상 증상과 신경학적 검사, 근전도(EMG), 신경전도검사(NCS), MRI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진단한다. 다른 신경근육질환을 배제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치료는 근본적 완치보다는 증상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을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릴루졸(Riluzole)이 있다. 이는 글루탐산 신경독성을 억제해 생존기간을 수개월에서 1~2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 또 다른 약물 에다라본(Edaravone)은 산화스트레스를 억제해 신경세포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외에도 호흡보조기, 위루관(PEG) 삽입을 통한 영양 공급, 물리치료, 작업치료가 필수적이다. 언어치료는 말하기 어려운 환자가 보조 기기를 통해 의사소통할 수 있게 돕는다. 최근에는 유전자 치료와 줄기세포 치료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아직 임상적으로 확립된 치료법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환자 중심의 다학제적 접근이다. 신경과, 호흡기내과, 재활의학과, 영양팀, 심리상담팀 등이 협력해 환자의 삶을 지원해야 한다.

    생활 속 관리와 예방법

    ALS는 예방이 어렵지만, 발병 후에는 생활 관리를 통해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첫째, 영양 관리가 중요하다. 연하 장애가 있는 환자는 부드럽고 삼키기 쉬운 음식 위주로 섭취해야 하며, 필요시 위루관을 통한 영양 공급이 필요하다. 둘째, 호흡 관리다. 호흡근육이 약해지면 호흡 보조기기를 조기에 사용하여 폐렴과 호흡 부전을 예방해야 한다. 셋째, 꾸준한 재활운동이다. 관절이 굳지 않도록 스트레칭과 가벼운 근육 운동을 지속하며, 물리치료는 근육 경직과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넷째, 심리적 지지와 사회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환자가 겪는 좌절감과 우울증은 가족과 사회의 지지 체계 속에서 완화될 수 있다. 다섯째, 보조기구 활용이다. 휠체어, 의사소통 보조기기, 전동 침대는 환자의 자율성을 유지하게 돕는다. 여섯째, 가족과 돌봄 제공자의 역할이다. 환자 돌봄은 장기적이고 고된 과정이기에, 가족의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사회적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생활 속 관리가 장기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합병증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다.

    루게릭병과 관련된 사진

    결론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은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어 결국 전신 마비와 호흡 부전으로 이어지는 진행성 신경퇴행 질환이다.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조기 진단과 적절한 약물·재활·호흡 치료를 통해 진행 속도를 늦추고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와 가족이 질환을 이해하고 다학제적

    치료와 사회적 지원 체계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ALS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지원해야 할 질환이며, 의료적 관리와 심리적 지지가 동시에 이루어질 때 환자의 남은 삶은 더 존엄하고 의미 있게 유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