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은 중추신경계의 면역매개성 질환으로, 뇌와 척수의 신경섬유를 둘러싼 수초(myelin)가 손상되면서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한다. 면역세포가 잘못 활성화되어 자신의 신경조직을 공격하는 것이 발병의 핵심 기전이며, 이로 인해 신경 신호 전달이 느려지거나 차단된다. 증상은 시력 저하, 근력 약화, 감각 이상, 균형 장애, 인지 기능 저하 등으로 다양하며, 재발과 호전을 반복하는 경과가 특징이다. 장기적으로는 신경손상이 축적되어 장애가 심화되고, 각종 합병증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본문에서는 MS의 원인, 주요 합병증, 진단·치료 방법, 그리고 생활 속 관리 전략을 깊이 있게 다룬다.
원인과 발병 기전 – 신경을 공격하는 면역 반란
다발성 경화증은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LA-DRB1*15:01 유전자를 보유하면 발병 위험이 증가하며, 북유럽계 백인에서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환경 요인으로는 비타민 D 결핍, 흡연, 특정 바이러스(특히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감염, 고위도 거주 등이 연관된다. 발병 기전의 핵심은 자가면역 반응이다. 면역세포인 T세포와 B세포가 혈뇌장벽을 통과해 중추신경계에 침투한 뒤, 수초를 구성하는 미엘린 단백질을 이물질로 오인해 공격한다. 이 과정에서 염증반응이 발생하고, 미엘린이 손상·소실되며, 신경섬유(axon) 자체도 손상될 수 있다. 수초가 파괴되면 신경 신호의 전도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고, 신호 전달이 완전히 차단되는 부위도 생긴다. 이러한 병변은 뇌와 척수 곳곳에 산재하여 나타나며, MRI 촬영에서 다발성의 백질 병변으로 확인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경손상은 회복되지 않고 축적되며, 이는 점진적인 신경 기능 저하와 장애로 이어진다.
주요 합병증과 임상 양상
MS는 질환 자체로도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지만, 장기적인 경과 속에서 여러 합병증이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운동 장애가 있다. 근력 약화, 경직(spasticity), 근육 경련, 보행 장애가 나타나며, 심한 경우 휠체어 의존이 필요하다. 감각 이상은 저림, 작열감, 무감각, 감각 과민 등으로 나타나며,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시각 장애도 흔하다. 시신경염이 재발하면서 시력 저하, 복시, 시야 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 배뇨·배변 장애는 방광 과민, 요저류, 변비, 대변 실금 등으로 나타나며, 이차 감염 위험을 높인다. 인지 기능 저하와 우울증도 주요 합병증이다. 뇌 병변이 인지 처리 속도와 기억력을 저하시켜 직업·사회생활에 제약을 준다. 우울증은 질환 경과와 예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장기적인 비활동성으로 인한 골다공증과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도 무시할 수 없다. 면역 억제제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염 취약성 역시 심각한 합병증 중 하나다.
진단과 치료 – 조기 개입이 관건
다발성 경화증의 진단은 임상 증상, MRI 영상, 뇌척수액 검사, 유발전위 검사 등을 종합하여 이루어진다. MRI에서는 뇌와 척수의 백질에 산재한 다발성 병변이 보이며, 뇌척수액 검사에서는 올리고클론 밴드(oligoclonal band)가 검출될 수 있다. 치료 목표는 재발 횟수와 염증을 줄이고, 장애 진행을 늦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질병 조절 치료제(DMTs)가 사용된다. 인터페론 베타, 글라티라 머 아세테이트, 경구용 피모지모드·테리플루노마이드·디메틸푸마레이트, 모노클로날 항체(오크렐리주맙, 알렘투주맙) 등이 대표적이다. 급성 재발 시에는 고용량 스테로이드(메틸프레드니솔론)를 단기간 사용하여 염증을 신속히 억제한다.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는 운동 기능 유지와 근육 경직 완화에 필수적이다. 증상 완화를 위해 경직 완화제(바클로펜), 항경련제(가바펜틴), 항우울제 등이 사용된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단, 충분한 수면은 질환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 개입이 장애 진행을 늦추는 핵심이다.
생활 속 관리와 예방법
MS는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생활습관 관리로 증상 악화를 늦추고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첫째, 규칙적인 저 충격 운동이 중요하다. 수영, 요가, 필라테스, 가벼운 근력 운동은 근육 경직 완화와 균형 감각 향상에 도움이 된다. 둘째, 비타민 D 결핍을 피해야 한다. 햇볕을 통한 자연 합성과 함께 식이·보충제를 통해 적정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셋째,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다. 스트레스는 면역 반응을 불안정하게 하여 재발 위험을 높인다. 명상, 호흡 운동, 취미 생활 등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유지한다. 넷째, 체온 상승을 피해야 한다. 고열 환경은 신경 신호 전달을 일시적으로 저하시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다섯째, 감염 예방을 철저히 한다. 백신 접종, 손 위생, 균형 잡힌 영양 섭취로 면역력을 유지한다. 여섯째, 장기적인 재활 계획을 세우고, 필요시 보조기구를 활용해 일상생활의 자율성을 유지한다. 이러한 관리 전략은 합병증 예방과 함께 환자의 심리적·신체적 안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론
다발성 경화증은 중추신경계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재발과 호전을 반복하며 점진적으로 신경 기능을 손상시킨다. 질환 자체와 다양한 합병증은 환자의 독립적인 삶을 위협하며, 조기 진단과 장기적 치료, 생활습관 개선이 예후를 좌우한다. 의료진과의 긴밀한 협력, 규칙적인 재활, 심리적 지원은 질환의 파괴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핵심 요소다. 완치는 어렵지만, 적극적인 관리와 최신 치료법 활용을 통해 증상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