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장통의 개요와 특징
성장통은 유아기 후반에서 사춘기 초반에 이르는 성장기 아동에게 흔히 나타나는 근골격계 통증이다. 일반적으로 밤에 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며, 낮에는 아무렇지 않게 활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통증은 주로 양쪽 다리의 종아리, 무릎 주변, 허벅지, 혹은 발목 부근에서 느껴지며, 일정한 부위보다 넓은 부위에서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오후나 밤에 시작되어 잠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멀쩡하게 걸어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학적으로 성장통(Growing pains)은 정확한 원인이 규명된 질환이라기보다, 성장기 아동의 일시적인 생리적 통증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성장판의 실제 성장 과정에서 통증이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많은 부모들이 ‘키가 크려고 아픈 것’이라고 믿지만, 실제로 성장통의 통증 부위는 성장판이 위치한 부위와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성장통은 성장 과정의 부수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며, 심리적·신체적 피로, 근육의 미세 손상, 혹은 신경계의 일시적 예민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장통은 3세에서 12세 사이의 어린이에게 흔하며, 남녀 간의 유병률 차이는 뚜렷하지 않다. 다만 신체활동량이 많은 아이일수록 발생 빈도가 높고, 운동을 처음 시작하거나 장시간 걷거나 뛴 날에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성장통은 근육 피로 누적과 관련된 일시적 통증으로 볼 수 있다. 대체로 1~2년 이내 자연 소실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아이들은 간헐적으로 수년간 반복되기도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밤마다 아프다고 울기 때문에 불안할 수 있으나, 통증 외에 붓기·열감·관절 운동 제한이 없다면 대부분은 심각한 질환이 아니다.
2. 원인과 발병 기전 — 왜 성장기 아이는 밤마다 아플까
성장통의 원인은 단일 요인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생리적 성장과 직접적인 관련보다는 근육·인대의 미세 긴장, 과도한 활동 후 피로 축적, 그리고 통증 지각의 예민성이 주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첫째, 근육 피로설이다. 활동량이 많은 아이는 근육과 힘줄에 반복적인 긴장이 가해지며, 근육 내 젖산 등 대사산물이 축적되어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낮 동안의 격렬한 움직임이 있던 날 밤에 통증이 발생하는 것은 이 가설을 뒷받침한다.
둘째, 혈류 변화설도 있다. 성장기에는 혈류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는데, 아이의 혈관이 빠른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일시적인 허혈(혈액 부족)이 근육 통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밤에 통증이 집중되는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 밤에는 혈압이 낮아지고 말초 순환이 줄어들기 때문에 통증이 더 뚜렷해진다.
셋째, 통증 민감성 증가설이다. 일부 아이들은 통증에 대한 인식이 예민하여, 같은 자극에도 더 강한 통증을 느낀다. 이는 불안, 피로, 수면 부족과 같은 심리적 요인과도 연관이 있다. 실제로 성장통을 자주 호소하는 아이들 중 일부는 스트레스나 정서 불안이 높게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다.
넷째, 유전적 요인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부모 중 성장통 경험이 있던 경우, 자녀에게서도 같은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가 있다. 이 외에도 미세한 관절 정렬 이상, 평발, 근육 불균형 등이 통증 유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성장통은 하나의 병이라기보다 성장기의 신체적 변화와 환경적 요인이 결합된 복합적 현상이다. 통증이 반복되더라도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근골격계 손상을 남기지 않으므로, “아픈 만큼 크는 병”이 아니라 “성장기 아이의 일시적 피로 반응”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3. 성장통의 증상과 진단 — 단순한 통증인지, 질환의 신호인지 구별하기
성장통은 대체로 저녁이나 밤, 혹은 잠든 직후 다리의 통증으로 나타난다. 통증 부위는 무릎 주변, 허벅지 앞이나 뒤, 종아리, 발목 등 다양하며, 양쪽 다리에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의 강도는 가벼운 뻐근함에서부터 울 정도로 심한 통증까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아침이 되면 사라진다. 통증 부위에 부기나 열감이 없고, 아이가 낮 동안 잘 걷고 뛰며 활동에 제약이 없다면 대부분 성장통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야간 통증이 성장통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 한쪽 다리만 지속적으로 아플 때
- 붓기, 발적, 열감이 동반될 때
- 통증이 낮 동안에도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질 때
- 관절이 뻣뻣하거나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한 경우
- 체중 감소, 열, 무기력감이 동반될 때
이러한 소견은 류머티즘 관절염, 감염성 골수염, 백혈병, 뼈 종양, 고관절 활액막염 등 다른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따라서 성장통 진단은 배제 진단(exclusion diagnosis)으로 접근해야 한다. 의사는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로 다른 원인을 배제한 뒤, 이상 소견이 없을 때 성장통으로 진단한다.
필요시 X-ray나 혈액검사를 통해 염증 수치, 골 이상, 종양성 병변 여부를 확인한다. 대부분 정상 소견을 보이며, 검사 결과 이상이 없을 경우에는 성장통으로 판단할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성장통이라 하더라도 통증을 “참으라”라고 하기보다, 충분히 안심시키고 부드럽게 마사지하며, 통증이 심한 날에는 따뜻한 찜질로 근육을 이완시켜 주는 것이 좋다.
4. 성장통의 관리와 치료 —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 돕기
성장통의 치료는 근본적인 약물치료보다는 생활관리와 통증 완화 중심으로 이뤄진다.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치료 없이도 시간이 지나면 호전된다. 그러나 통증이 반복되어 아이의 수면이나 정서에 영향을 준다면, 적극적인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온찜질과 부드러운 마사지가 도움이 된다. 따뜻한 수건이나 찜질팩을 아픈 부위에 10~15분 정도 대주면 근육이 이완되고 혈류가 개선되어 통증이 줄어든다. 이후 부드럽게 마사지하면 아이가 안정감을 느낀다.
둘째, 스트레칭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기에는 근육과 인대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취침 전 종아리·허벅지·햄스트링 부위를 중심으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셋째, 수면 환경을 조절한다. 성장통은 주로 밤에 나타나므로, 숙면을 돕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넷째, 심리적 안정을 제공해야 한다. 성장통은 불안이 통증 감각을 증폭시킬 수 있으므로, 부모가 아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통증이 심할 경우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같은 진통제를 단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단, 복용 전에는 반드시 연령과 체중에 맞는 용량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평발, 하지 정렬 이상 등 구조적 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교정 운동이나 보조 깔창이 도움이 될 수 있다.
5. 성장통의 예후와 부모의 역할
성장통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일시적 현상이다. 통증이 수개월에서 1~2년 정도 간헐적으로 반복되기도 하지만, 성인이 되면 거의 완전히 소실된다. 성장통 자체가 키 성장에 영향을 주거나, 관절염·근골격계 질환으로 진행되는 일은 없다.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불필요한 불안 해소와 아이의 심리적 안정이다. 아이가 “다리가 아파서 잠을 못 자겠다”라고 말하면, 그것을 ‘꾀병’으로 여기기 쉽지만, 성장통의 통증은 실제이며 아이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경험이다.
부모는 아이의 통증을 인정하고 따뜻하게 돌보며, 동시에 관찰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통증이 비정상적으로 지속되거나, 한쪽에만 나타나거나, 붓기나 발열이 동반되면 즉시 소아정형외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성장통을 단정하기보다, ‘성장통처럼 보이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열린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다.
결론: 성장의 고비를 이해로 다스리기
성장통은 성장기 아이들이 겪는 자연스러운 통증 현상이다. 뼈가 자라서 생기는 통증이 아니라,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근육과 인대, 그리고 하루의 피로가 쌓여 나타나는 신호다. 이 통증은 아이가 더 크기 위해 ‘통과의례’를 겪는 과정이라기보다, 신체가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시적인 불균형이다.
성장통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두 가지다. 첫째, 통증 자체를 무시하지 말 것.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적절히 안심시키며, 따뜻한 손길로 달래주는 것이 치료의 절반이다. 둘째, 불필요한 걱정에 빠지지 말 것. 대부분의 성장통은 시간이 해결해 주며, 합병증이나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다.
아이의 성장에는 통증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그 통증을 두려워하기보다, 아이의 몸이 세상을 배우는 과정으로 이해할 때, 부모는 불안을 걷어내고 진심으로 아이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 결국 성장통은 병이 아니라, 성장의 언어다. 우리가 그 언어를 이해하고 다정히 응답할 때, 아이는 조금 더 건강하고 편안하게 자라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