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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이석증이란 무엇인가 — 귀 안의 작은 돌, 평형을 지키는 숨은 조연

    이석증과 관련된 사진1

     

    이석증은 내이(內耳)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말초성 현훈 질환으로, 의학적으로는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BPPV)이라 부른다. 말 그대로 “양성(생명을 위협하지 않음), 발작성(갑자기 나타남), 체위성(머리 위치 변화와 관련), 현훈(빙빙 도는 어지럼증)”을 뜻한다.

    귀는 단순히 ‘소리를 듣는 기관’이 아니라,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평형기관(전정기관)을 포함한다. 이 평형기관 안에는 세 개의 반고리관과 두 개의 이석기관(난형낭, 구형낭)이 있다. 이석기관에는 이석(otolith)이라 불리는 칼슘 결정체가 존재하며, 중력과 머리 움직임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이석이 제자리를 벗어나 반고리관 내부로 들어가면 문제가 발생한다.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떠돌아다니는 이석이 액체(내림프)를 자극하면서,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아도 뇌가 “회전 중이다”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 결과 심한 어지럼증, 구토, 식은땀, 불안감이 나타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날 때, 누웠다 일어날 때, 머리를 숙일 때 증상이 자주 발생한다.

    이석증은 생명을 위협하지 않지만,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다행히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에서, 조기 대응이 중요하다.

    2. 발생 원인과 위험 요인 — 귀 안의 미세한 불균형이 만드는 혼란

    이석증의 직접 원인은 이석(otoconia)이 제자리를 벗어나 반고리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왜 이석이 떨어지는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노화, 머리 외상, 바이러스성 내이염, 장기간 누운 자세, 혈류 장애 등이 관련된다.

    나이가 들수록 이석을 붙잡고 있는 단백질 구조가 약해지면서, 이석이 쉽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50세 이상 여성에게 흔하며, 특히 폐경기 이후 칼슘 대사 불균형이 있는 경우 발병률이 높다. 또한 머리 충격, 수술 후 장기 침상 생활, 편두통, 중이염 병력 등도 주요 위험 요인이다.

    흥미로운 점은 비타민 D 결핍도 발병과 관련된다는 것이다. 비타민 D는 칼슘 대사를 조절하기 때문에 부족하면 이석이 쉽게 분리될 수 있다. 따라서 햇빛 노출이 적은 사람, 골다공증 환자 등은 발병 위험이 높다.

    3. 증상과 임상 양상 — 회전성 어지럼의 실체

    이석증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회전성 어지럼이다. 갑작스럽게 세상이 도는 듯한 느낌이 들며, 대개 몇 초에서 1분 내에 사라진다. 머리를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때마다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석증은 이석이 들어간 반고리관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 후반고리관형: 가장 흔한 형태로, 머리를 뒤로 젖히거나 옆으로 누울 때 어지럼 발생.
    • 수평반고리관형: 몸을 좌우로 돌릴 때 심한 현훈이 발생.
    • 전반고리관형: 드물며, 머리를 숙일 때 증상 유발.

    어지럼은 보통 짧지만 강하게 느껴지며, 시야가 흔들리는 안진(nystagmus)이 동반된다. 구토, 식은땀, 두통, 불안감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청력 손실이나 이명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메니에르병과 구분된다.

    4. 진단 — 눈의 움직임이 말해주는 진실

    진단은 체위성 안진 검사를 통해 이석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대표적인 검사법은 Dix-Hallpike 검사Roll test이다. 환자의 머리와 몸을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며 안구 움직임을 관찰하면, 이석이 들어간 반고리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이석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에는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 편두통성 현훈, 뇌졸중 등이 있다. 중추성 질환은 어지럼이 오래 지속되고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므로 필요시 MRI 검사를 시행하여 감별한다.

    이석증은 대부분 뇌 이상이 아니며, 단순한 말초성 문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반복적이거나 다른 신경 증상이 동반될 경우,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5. 치료 — 약보다 정확한 머리 운동이 답이다

    이석증의 핵심 치료는 이석 재위치술(Canalith repositioning maneuver)이다. 이는 잘못 들어간 이석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치료로, 대표적인 방법에는 에플리(Epley) 수기법시몬스(Semont) 수기법이 있다.

    숙련된 의사가 시행할 경우 1~2회의 치료만으로도 70~90%의 환자가 호전된다. 일부는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자가 운동을 병행할 수 있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수행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약물은 증상 완화를 위한 보조 치료로만 사용된다. 항히스타민제, 항콜린제, 진정제가 어지럼 완화에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이석 자체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재발 방지를 위해 비타민 D 보충, 규칙적 운동, 충분한 수면이 권장된다.

    6. 예방법과 생활 관리 — 평형감각을 지키는 일상의 지혜

    이석증 예방의 핵심은 갑작스러운 머리 움직임을 줄이고, 전정기관을 안정시키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 아침에 일어날 때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 한쪽으로만 누워 자는 습관을 피한다.
    • 스마트폰 사용 시 고개를 숙이지 않고 눈높이를 맞춘다.
    • 비타민 D 섭취와 적당한 햇빛 노출로 칼슘 대사 유지.
    • 전정재활운동으로 평형감각 강화.

    규칙적인 전정재활운동은 재발 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 시선 고정, 머리 회전, 균형 훈련 등을 반복하면 뇌의 적응 능력이 향상되고, 어지럼 발생 빈도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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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증과 관련된 사진

     

    결론 — 작은 돌 하나가 흔드는 인생의 균형

    이석증은 단순한 어지럼이 아니라, 귓속의 미세한 균형이 무너진 결과다. 방치하면 불안감과 낙상 위험,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다행히 정확한 진단과 치료로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

    꾸준한 관리와 예방은 재발을 줄이고 평형감각을 되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몸의 작은 신호에 귀 기울이고, 어지럼을 단순 피로로 넘기지 않는 태도가 건강한 일상의 첫걸음이다.